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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겉모습만 봐서는 잘 모르겠더라.

학창시절,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위해 온갖 알바를 했었다. 그 무렵 딱 한번 단란주점의 웨이터를 한적이 있었다. 제법 팁도 두둑하고 예쁜 여자를 볼 수 있어 가능한 오래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 알바는 한달을 넘기지 않았다. 금방 그만둔 계기는 뉴스에 회자될 정도로 유명한 폭력조직의 부두목과의 만남 때문이었다.

내게 폭력배란 덩치 크고 깍두기 머리에 눈빛은 날카롭고 음습한 향기를 풍기는 사람이였다. 알바를 하면서 들리는 소문은 이미지를 더욱 곤고히 했다. 누굴 찔러서 감옥에 오랜 기간 다녀왔네, 손도끼로 상대 팔을 잘랐네 등 상상하기 힘든 말들이 오고갔다.

지금에야 폭력조직 영화가 워낙 난무해서 이런 이야기가 무덤덤하겠지만, 당시엔 정말 접하기 힘든 - 살 떨리게 무서운 이야기였다. 그 무서운 폭력조직의 부두목이 온덴다. 바짝 긴장했다. 사실 무서웠다.

부두목쯤 되었으니 나이가 어느 정도 있을거라 생각했다. 생각과는 달리 영화에서처럼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들어온 부두목의 얼굴은 앳되보였고 말숙한 호인이었다.

'저 사람이? 전혀 그렇게 안보이는데....'

그럼에도 긴장감은 감출 수 없었다. 서빙을 위해 룸으로 들어갔다. 부두목은 나를 보자 심부름을 시켰다.

“거기. 나가서 담배 하나하고 박카스 한박스 사와. 나머진 너 갖고”

만원짜리 3장을 줬다. 담배와 박카스를 사다 주는데 내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너. 첨보네. 언제왔어?”

“며칠 안되었습니다.”

“전엔 어디 있었는데?”

“학교에 있었습니다.”

“뭘로?”

“네? 전공은 00이고...학교는.....”

“하하하하하. 학교가 그 학교가 아닌갑네. 이 쉑끼. 대학교 말하는건가보네. 근데 대학생이 뭐하러 이런 일을 해?”

“네. 방학이라 낮엔 과외하고 밤엔 돈벌이로 이게 제일 쏠쏠한 듯 해서요.”

“새끼. 열심히 사네. 근데 사내새끼가 할일이 그렇게 없냐. 차라리 노가다를 해 임마.”

“저 그게 다른 일은 돈벌이가 이만큼 안되서....”

“지랄한다. 사내새끼가 큰 소리는 못칠 망정, 뒤치닥거리나 하는 일을 자처하냐. 것두 배웠다는 새끼가.”

“아...네”

딱히 할 말은 없었다.

그 부두목은 진짜 학교(교도소)에 다녀왔고 출소한지 얼마 안되었다. 그 후론 가게에 2틀에 한번씩 들렀다.

내가 안되 보였는지 들를 때마다 용돈을 두둑히 챙겨줬다.

그리고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마지막 말은 늘 똑같았다.

“더 멋진일도 많잖아. 젖어들기 전에 딴 일 찾아봐”

“아직까진 나름 재미있습니다. 돈도....”

“새끼. 정신차려. 이 생활 재미들면 인생 종치는거야. 배웠다는 놈이. 차라리 내 밑으로 와.”

그는 무서운 조직폭력배의 부두목이었다. 그러나 적어도 나에겐 따뜻하게 대해줬으며 부드러웠다. '민간인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그들의 원칙이 있어서였을까, 그는 젠틀했다. 조직폭력배의 거친 외모와는 달리 그는 깔끔한 캐주얼에 선한 인상을 갖고 있었다. 물론 그가 조직의 일을 해야할 땐 얼마나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지는 보질 못했다. 알 수도 없으려니와.

겉모습만 봐서는, 그의 부드러운 말투와 매너만 봐서는 그 유명한 조폭의 부두목이라는 것을 짐작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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